![국가 탈환과 진보 재건이란 선거전략 [ 세상읽기 ]](/_next/image?url=https%3A%2F%2Fflexible.img.hani.co.kr%2Fflexible%2Fnormal%2F800%2F480%2Fimgdb%2Foriginal%2F2026%2F0226%2F20260226503922.webp&w=3840&q=75)
hani.co.kr · Feb 26, 2026 · Collected from GDELT
Published: 20260226T110000Z
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00일 앞둔 23일 인천 미추홀구 인천시선관위원회 선거일 현황판이 D-100일을 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광고김종대 | 전 정의당 의원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9개월. 예상 밖의 선전을 하고 있다. 주가지수가 오르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는 기미를 보이자, “민주당이 경제를 망친다”던 오래된 클리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성장의 터널 속에서도 서민과 중산층에 ‘활력의 신호’를 보내는 데 성공했고, 무엇보다 ‘경세가’(經世家)의 이미지로 윤석열 정부와 차별화되었다. 과거 보수가 누렸던 ‘먹고사는 문제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세력’이라는 위상을 진보가 조금씩 빼앗는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자멸에 가까운 처지다. 내란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이념과 지역감정의 피난처에 웅크리고 있다. 경제도 못 챙기고 안보도 독점하지 못하는 당, 가족도 못 지키고 돈도 못 버는 무능한 가장으로 전락했다.이 흐름은 역사적 선례가 많다. 그중 하나는 20세기 초 영국 노동당이다. 소수 노동계급의 정당으로 출발했던 노동당은 중산층을 포용하고 국민 전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민정당’으로 진화함으로써 보수당을 넘어서는 주류가 되었다. 10년 집권을 이룬 토니 블레어의 ‘뉴 레이버’(New Labour)는 그 결정판이었다. 이재명의 행보도 이와 유사한 궤적을 그린다. 대선부터 일관된 보수 친화적 경제 행보가 그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지금은 블레어 시대보다 훨씬 분열되고 불안한 세계다. 자유주의적 글로벌 질서가 흔들리고,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가 거세게 밀려온다. 이런 시대에 사람들은 경제 실적보다 더 원초적인 무언가를 찾는다. 바로 ‘국가’라는 담론이다.광고국가는 소속감을 주고 자부심을 일깨운다. 아무리 극우 소수당으로 수축해가는 국민의힘이라 해도, 그들이 끝까지 생존하는 것은 이 ‘국가 담론’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짜 나라를 지키는 세력”이라는 주장은 증거가 없어도 감정적으로 작동한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드는 군중이 거리를 채우는 것도 이 맥락이다. 국가 담론은 배타적으로 사용될 때 파시즘의 원료가 된다. 그러나 그것이 위험하다고 해서 진보가 기피한다면, 보수는 그 빈자리에 똬리를 튼다. 극우화하는 국민의힘을 퇴출하려 한다면, 주가지수와 부동산 안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숫자는 언제든 뒤집힌다.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수출이 꺾이고, 부동산이 다시 들썩이는 날이 온다면 이 모든 성과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주가와 집값과 같은 지표는 변수가 너무 많아서 장기 전략이 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상징 자본’이다. 국가, 즉 애국의 담론을 보수가 독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내란을 극복하는 ‘헌정 국가’의 기본을 설계해야 한다. 공화주의의 가치인 자유와 법치를 현대적으로 구현한다. 안보 체제와 국방을 혁신하여 강한 우리 자신을 재확인하고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야만적인 트럼프 시대를 돌파하는 지도자의 강인한 생존 의지를 분출시킨다. 반도체·배터리·조선 등 전략산업에서의 기술 주권, 영토와 해양에서의 주권 의지도 수시로 표출되어야 한다.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적 정체성을 국가 서사로 엮는 것도 유효하다. 이것들은 모두 ‘상상의 공동체’인 국가를 단단하게 만드는 장치들이다. 더 나아가 이재명 정부는 공화주의의 언어를 주목해야 한다. 정치학자 마우리치오 비롤리가 강조했듯, 공화주의는 지배로부터 해방되는 자유의 덕목이다. 내란 세력, 특권 카르텔, 외세 의존적 보수로부터 공화국을 수호한다는 새로운 애국의 서사는 강력하다. 이것이야말로 보수가 독점해온 ‘국가’를 진보가 탈환하는 방식, 즉 보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언어로 보수를 수리하는 전략이다.그렇다면 비워둔 진보의 자리는 어떻게 채울 것인가. 불평등과 차별의 해소, 소수자 권리, 기후위기 대응, 인공지능 시대 노동의 미래와 인간 존엄성의 문제들이다. 이 영역은 ‘민주당의 왼편’이 담당해야 한다. 개혁과 진보를 외치는 정당들에 우호적인 정치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확대,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연대가 그 실천적 수단이다. 진보적 소수정당들이 지방의회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힘껏 도우라. 중도로 이동하면서도 진보의 뿌리를 잃지 않는 것, 국가 담론을 선점하면서도 그것이 배타적 민족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 이 긴장을 창조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진짜 지방선거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