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lyo.co.kr · Feb 20, 2026 · Collected from GDELT
Published: 20260220T123000Z
[일요신문] 엄동설한에 쫓겨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과연 친정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전망이 엇갈린다. 한 전 대표 측은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보궐선거에서 배지를 달고 화려하게 복귀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배신자 프레임’에 갇혔던 보수 정치인들 중 재기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는 비관론도 강하다.무엇보다 한 전 대표는 보수 진영 최대주주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을 비롯해 영남 민심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지역 보궐선거를 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유승민 모델’은 한 전 대표에게 먹구름을 드리운다. 하지만 축출됐다가 생환한 ‘이준석 모델’은 희망을 던지기도 한다. 죽느냐, 사느냐, 한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백척간두에 섰다.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월 8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험난한 보수 적자의 길장동혁 지도부와 각을 세웠고, 한동훈 전 대표와 함께 제명까지 됐던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설 연휴가 끝나는 시점에 ‘한동훈 영남 출마론’을 띄웠다. 친한계 핵심으로 꼽히는 김 전 최고위원 발언이라 언론의 주목도는 남달랐다.김 전 최고위원은 2월 18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 출연, “고성국이나 전한길 등 윤어게인 세력들에겐 무소속으로 영남에서 배지를 달고 돌아오는 한동훈만큼 두려운 것이 없을 것이다. 이는 그 사람들 스스로 재앙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한 전 대표의 영남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이었다.김 전 최고위원은 “장동혁 대표의 최대 관심사가 ‘어떻게 하면 한동훈 출마를 막을까’이기에 대구시장 후보로 이진숙을 밀어 대구 지역에 보궐이 안 생기게 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부산은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농담까지 돌고 있다”고 상세히 전했다.그동안 김 전 최고위원은 한 전 대표 출마에 대해 유보적인 발언을 해왔다. 이날도 “아직 한 전 대표 마음을 알 수 없다”는 말을 김 전 최고위원이 흘리긴 했다. 하지만 출마론을 넘어 지역구까지 구체적으로 특정한 것은 한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정치권에선 6월 보궐선거에서 보수 텃밭인 대구나 부산에서 한 전 대표가 출마할 것으로 본다. 우선 대구는 현역 국회의원들 중 한 명이 국민의힘 시장 후보로 선출될 경우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부산은 민주당 전재수 의원(부산 북구갑)이 시장 선거에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물리적으로 신당 창당이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한 전 대표가 대구나 부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한 전 대표의 영남 출마 최대 걸림돌은 배신자 프레임이다. 보수 색채가 강한 영남권에서 이 프레임에서 벗어난 사례는 극히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를 꺾고 국회로 돌아와 재기를 모색하기 위해선 이 지역에서 보수 적자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이 지점에서 일단 정치권 전망은 부정적이다. 대표적으로 ‘유승민 케이스’가 회자된다.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이었던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 여당 원내대표를 하면서 박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유 전 의원은 친박에서 ‘멀박(박근혜와 멀어진 친박)’으로 뒤바뀌었다. TK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유 전 의원은 이 지역에서 변절자로 낙인 찍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는 탄핵을 찬성, 배신자로 내몰렸다.유 전 의원은 이후 바른정당을 창당, “개혁 보수의 리더가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는 고행길의 시작이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합당해 바른미래당으로 선거를 치렀지만 단 한 곳의 단체장 자리도 거머쥐지 못하는 혹독한 패배를 맛봤다. 그의 고향 대구도 바른미래당을 철저하게 외면했고, 배신자 프레임은 더욱 강화됐다. TK에서 보수 적자로 인정받지 못한 유 전 의원은 결국 2020년 총선 국면에서 신당 생활을 청산하고 친정으로 돌아왔다.정치권에서는 한 전 대표가 영남 출마를 결심한다면 유승민 전 의원보다 더욱 험난한 고개를 넘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 전 의원은 비록 배신자 프레임이 붙었지만 대구가 고향인 데다 대구 동을에서만 국회의원 3선을 했던 중진 출신이다. 그나마 유 전 의원이 다시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정치적 자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한 전 대표는 보수 텃밭에 호소할 수 있는 이런 서사가 없다. 그는 서울에서 자란데다 문재인 정부 때 보수 정치권을 겨냥한 적폐 청산의 주역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악연인 셈이다. 한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 시절 “제 검사 인생의 화양연화는 문재인 정권 초반기의 수사들이었다”고 언급,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비롯한 보수 정치권 인사들로부터 두고두고 맹폭을 당해왔다.TK 한 중진 의원은 “영남권 보수 지지층은 보수 지지층답게 전통과 규범을 중시하기에 정치적 실리보다는 의리에 무게를 둔다”며 “그래서 배신자 프레임이 나오는 것인데 한 전 대표의 지금까지 행태를 볼 때 이 늪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고 영남에서 출마한다면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했다.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사진=이종현 기자#이준석 모델 벤치마킹?한 전 대표 측이 바라는 그림은 ‘이준석 모델’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윤석열 정부 당시 윤 전 대통령과 지속적으로 불협화음을 겪으며 친정에서 핍박을 받은 뒤 탈당해 신당을 만들었다. 당 대표로서 윤석열 정부의 개국공신이었지만, 비주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고 사실상 내쫓기다시피 했다.개혁신당을 이끄는 입장에서 정면 돌파를 해야 했던 이 대표는 TK 등 전국 각지 지역구를 탐색한 결과 젊은 인구가 가장 많다고 알려진 경기도 동탄을 파고들었다. 승산이 희박하다는 정가의 예상을 깨고 이 대표는 당선에 성공했다. 동시에 이 대표는 차기주자군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 후보의 승리는 정치권에 적잖은 충격파를 던졌다. 소수당인 개혁신당 후보가 더불어민주당과 국힘의힘 두 거대 정당 후보들을 누르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이는 한 전 대표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는 분석이다. 친한계 내부에서도 이준석 대표의 ‘동탄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이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을 일정 수준으로 묶어둔 뒤 2030 젊은 유권자와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 일부 진보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내 민주당 후보를 이기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실제 이 대표는 사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공영운 후보에게 20%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였으나 개표 결과 42.41%를 득표, 39.73%를 얻는 데 그친 공 후보를 제쳤다. 국민의힘 한정민 후보는 17.85%로 3위에 머물렀다.현재 대구에선 주호영 국회부의장(수성갑)과 추경호 의원(달성)의 시장 출마가 유력하다. 한 전 대표가 대구에서 나간다고 가정했을 때 두 지역 중 한 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갑은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민주당 후보로 당선된 적이 있을 만큼 진보 성향 세가 만만치 않다. 달성은 젊은 인구가 많다. 주호영 추경호 의원 중 누가 대구시장 후보가 되느냐에 따라 한 전 대표 셈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한 친한계 인사는 “어느 지역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대구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싸워 이긴다는 건 불가능에 도전하는 일”이라면서 “그래도 한 전 대표가 다시 당권에 도전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한다. TK에서 무소속으로 살아온다면, 한 전 대표는 보수 리더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2월 8일 한동훈 전 대표 토크콘서트에서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불리한 구도 넘을 수 있을까한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대해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구도상으론 불리하다는 게 정가의 일치된 분석이다. 통상 영남권에선 보수 표가 결집되는 경향이 강하다. 민주당의 거물급 후보는 물론, 무소속 후보들이 맥을 추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국민의힘의 보수 대통합 전략도 한 전 대표에겐 악재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2월 14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6월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 문제와 관련, “김영삼 대통령의 3당 합당과 김대중 대통령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처럼 더 큰 변화를 위해서는 때로 서로 다른 세력이 손을 잡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반(反)이재명 연대를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이 염두에 두는 연대 대상으로는 개혁신당을 비롯한 비(非)민주당 군소정당이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무소속 가능성이 높은 한 전 대표의 설 자리는 줄어든다.결국 한 전 대표는 구도의 불리함을 개인기로 극복해야 할 처지다. 한 전 대표는 공직 경력이 화려하고 당 대표까지 지냈지만 공직 선거에 나가서 다른 후보들과 겨뤄본 경험이 없다. 그는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을 거쳐 2023년 12월 단숨에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계에 데뷔했다. 22대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중도 하차했지만 2024년 7·23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됐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최고위원들 사퇴로 지도부가 붕괴되며 당대표 146일 만에 물러난 후 지난해 대선에 도전했지만 경선에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패했다.이렇듯 한 전 대표는 쉴 틈도 없이 당내 선거 경험을 쌓아왔지만 정당 바깥의 공직 선거에서는 후보로 뛰어본 적이 아직 없다. 더욱이 이번에는 여러 지원이 쏟아지는 정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으로 허허벌판 선거를 해야 할 판이다.한 전 대표는 메시지 정치를 지속하면서 팬덤층을 유지, 이를 보궐선거 세몰이에 활용하는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대표는 2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을 계기로 내란죄로 단죄된 윤석열 노선을 추종해온 사람들이 더는 제1야당을 패망의 길로 이끌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그들은 이제 소수다. 상식적인 다수가 침묵하지 않고 행동하면 제압하고 밀어낼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이 보수의 새 리더라는 의미였다.국민의힘 한 전직 중진 의원은 “한 전 대표에게 길은 하나뿐인데 바로 무소속으로 출마해 영남권에서 당선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한 전 대표가 낙선하면 장동혁 체제가 붕괴되더라도 그의 자리는 당내에서 찾기 어렵게 되므로 올 6월은 그의 운명을 걸어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최병준 언론인